Home > 회사소개 > 대표이사 이야기
정보
제목 [이야기] 나는 가수다.
작성일 2011.04.12

네팔 출장을 2주간 다녀왔다.

한국의 뉴스를 알 수 없는 네팔의 산 속에서 서울로 돌아 온 후 지난 신문을 보니 '나는 가수다' 문제로 시끄럽다. 아내에게 물었다. '나는 가수다'는 아마 신인가수 선발하는 예능 프로그램 같은데... 오래전에 ‘잘못된 만남’을 부른 기성 가수인 김건모가 하차하니 뭐니.. 김건모는 심사위원 일텐데... 채점을 잘못했나...

아내는 TV의 다시보기 설정을 해 주고, 직접 보는 편이 좋을 것이라며 TV를 켜준다. 건성으로 보다가 아!... PD가 대단한 기획을 했다는 느낌을 받았다. 늦은 밤까지 3회를 보고, 다음날 4회를 마저 보았다.

나는 사실 예능에 관심이 없다. 예능 프로그램을 어쩌다 보게 되면 공중파가 아깝다는 생각이다. 아예 TV에 나오는 가수들의 노래는 커녕 이름도 모른다. 그러다 보니 어쩌다 직원들과 노래방에 가면 최근 10년 이내의 노래는 처음 듣는 노래들로 알 수가 없다 보니 재미없는 사람이 되곤 한다.

'나는 가수다'라는 프로그램을 자세히 모두 본 이유는 가수는 노래만 부른다는 것이 아니라는 것에 대해 강한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다. 이들 7명의 가수들은 철저하게 자신의 노래를 듣는 청중들의 반응과 분위기를 예측하고 연출해 나가는 기획자이며, 자신이 연출하는 퍼포먼스에 관객을 끌어들이는 마케팅까지 하고 있었다. 무대에 서는 사람은 가수 한 사람이지만 이 가수의 성공을 위해 편곡자, 의상과 미용의 코디, 매니져, 음향, 연주자, 조명 등 많은 사람들이 喜怒哀樂을 함께하고 있었다. 우리는 TV에서 공연하는 가수 밖에 보이지 않지만 노래하는 가수와 그의 많은 파트너들은 관객의 분위기마저도 모두 계산하여 연출하고 있었다.

그리고 가수의 노래는 단순한 노래가 아니었다. 노래라는 재료를 가지고 가성과 진성을 넘나드는 높은 가창력과 그에 따른 표정 연기, 관객을 휘어잡는 분위기, 그리고 그 노래에 맞는 멋있는 퍼포먼스까지 조화시켜 최상의 감정으로 승화시키는 것은 물론 이것을 완성시키기 위해 끝없이 반복된 연습으로 에필로그에 도달한다.

가수들의 준비과정을 보면서 노래를 들으니 감동을 안 할 수가 없다. 방청석의 관객 역시 모두가 감동적인 표정이며, 눈물을 흘리는 사람들도 보였다. 나 역시 가수들의 표정 하나 하나를 혹시나 놓칠까 뚫어져라 바라보았다.

가수 김건모가 립스틱을 이용한 유치한 퍼포먼스로 인해 꼴등이 되어 탈락하는 장면과 진탕으로 빠진 듯한 그의 표정.... 그리고 김제동의 모든 사람들을 무시한 엉뚱한 제안....이소라와 다른 가수들의 프로답지 못하고 정직하지 못한 비이성적인 행동... 시청자를 우롱하는 말장난으로 오랫동안 많은 사람들이 준비한 기획을 5분 만에 바꿔 버리는 PD... 하나도 놓치지 않고 보았다. 리얼하게 보여준 우리 사회의 군상들을...

그리고 몇일 후 다른 채널의 가요 프로그램을 보았다. 무료했다. 너무 심심했다. 한마디로 재미가 없었다. 주어진 기회와 시간인데 왜 그들 7명처럼 준비와 노력을 하지 못할까? 물론 애초에 계획된 기획이 없어서 그렇겠지만 주어진 조건에 대해 노력을 했는지 안 했는지의 흔적은 눈에 분명히 보인다.

나는 생각해 본다. 20년 넘게 여행사에 몸담아 오면서 1위를 하는 트레킹 전문여행사의 여행인으로 과연 ‘나는 여행인이다’ 라고 말할 수 있을까?? 내가 바로 심심한 가수이며, 준비가 덜 된 무료하고 재미없는 여행사의 여행인이 아닐까... 1위라는 타이틀을 가졌기 때문에(더 잘하는 여행사가 없다는 이유로) 준비와 노력을 적당히 하고 있는 나 자신이 떠오른다.

고객의 소중한 시간과 아까운 비용을 받으며 나는 그에 대한 충만한 감동의 여행을 제공했는지... 현재의 수준이 고객에게 드리는 최선의 서비스인지... 주어진 조건과 기회를 그냥 흘려보내고 있지는 않은지... 결국 실망감을 느끼며 떠난 고객의 뒷 모습을 보면서 후회하는 여행인이 되는 것은 아닌지...

‘나는 가수다’는 나에게 많은 것을 생각하게 했다.

나는 결코 심심하고 무능한 여행인이 되고 싶지 않다. 주어진 기회를 놓치지 않고 최선의 준비를 하는 여행인이 되어 말하고 싶다. '나는 여행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