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여행사의 마케팅
여행사를 경영해 오면서 전문적인 경영과 마케팅을 체계적으로 배우질 않아 늘 마음이 무겁다. 대표이사로서 합리적인 경영방침과 효과 높은 마케팅을 제시해줘야 하는데, 공부한 전공마저도 관광과 거리가 먼 건축이고 심지어 마케팅에 대한 전문용어조차 몰라 직원들에게 미안하고 나 역시 답답하다.
회사의 발전이 더딘 것이 대표이사에 대한 낮은 경영 수준과 마케팅인 것 같아서 나름대로 배우려고 했었고 적극적으로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보기도 했었다. 다행히(?) 경영은 회사의 조직이 방대하지 않고 규모도 크지 않아 분야에 따라 역할을 분담해 대표이사의 부담을 줄였다. 결정 사항은 사외이사를 포함한 이사회와 주주의 자문을 받으면 됐고, 자금이나 회계는 해당부서의 관리와 함께 외부 세무-회계사의 자문과 감독을 일주일에 1회 이상 받으니 경영의 기본은 문제가 없었다.
하지만 마케팅은 문제가 달랐다. 파생되는 마케팅의 법칙과 공식은 너무도 많았고, 끝없이 진화하는 마케팅은 배우는 시간에 비해 새롭게 탄생하는 것이 더 많은 듯 했다.
여러 전문가로부터 컨설팅을 받은 후 이들의 조언과 마케팅을 나름대로 분석하고 선별해 중앙일간지와 케이블티비를 비롯하여 각종 매체에 광고를 해 보았다. 그리고 온라인 마케팅과 함께 인터넷 시스템의 강화는 물론 외부 강사를 통한 직원의 교육도 시도해 보았다. 하지만 기대하던 매출의 향상이나 직원들의 만족도 등의 결과는 그리 좋지 않았다. 결국은 짧은 시간에 경영과 마케팅의 수준을 높이려 했다가 혼동과 수업료만 톡톡히 지불하고 다시 원위치로 돌아와야만 했다.
경영과 마케팅의 향상, 혁신, 통계, 컨설팅, 홀세일, 시스템, 매뉴얼, 불루오션 등 어려운 공부에 지쳐가고 있을 때에 대기업의 홍보실에 있는 마케팅의 전문가 친구가 한심한 눈빛으로 날 바라보면서 한마디 한다. “최고의 마케팅은 ‘두발로 뛰는 것’” 이라고…. 갑자기 답답했던 가슴이 시원해지면서 ‘맞다. 그렇다’라는 울림이 왔다.
그 이후 우리 여행사에서는 두발로 뛰는 마케팅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특히 등산 전문 여행사이니 더욱 그렇다. 직원들은 1년 내내 시산제, 설제, 등산대회, 기념산행, 송년산행 등의 산악회 관련 행사에 참여하고 나아가 주말이든 주중이든 산악회가 가는 산에 따라 간다. 이런 방식의 영업에 회사의 지원도 아끼지 않고 있으며, 그동안 병행하고 있던 홀세일 판매 방식도 없애 버렸다.
광고도 중앙 일간지와 일반 잡지에는 하지 않고 산악전문 잡지에만 큰 비중으로 하는 광고 정책으로 전환했다. 그리고 산악인과 산악회의 니즈에 따라 회사의 정책을 수정하는 것을 혁신으로 생각하고 정책도 빠르게 고치곤 했다.
전문여행사의 마케팅은 역시 자신의 전문성을 더욱 살리면서 두발로 열심히 뛰는 것이 최고라고 생각한다. 어떻게 보면 너무나 당연한 얘기를 한다고 하겠지만 마케팅에 성공한 극히 일부 회사의 겉모습만 바라보고 필자처럼 많은 여행사들이 같은 전철을 어리석게 따라하고 있다.
명성이 높은 석학이나 마케팅 귀재가 주장하는 마케팅의 법칙보다 진솔하게 실패와 성공한 경험을 서술한 책이나 동종 업계의 경험자가 이해하기 쉽게 하는 강의가 마케팅에 더욱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우리 주변에도 자신의 실패 또는 성공한 경험을 솔직하게 소개하는 좋은 책들이 있다. 여행사가 나아갈 이정표를 정확히 알려주는 이러한 책을 읽을 때 마다 머리가 시원해진다. 다시 한번 필자에게 큰 도움이 된 이진석 사장의 ‘관광, 빛을 보다’와 신수근 님의 ‘잘 나가는 여행사, 잘 못된 여행사’를 읽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