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성지순례(佛敎聖地巡禮) 전문여행사
대표이사 석 채 언
“오랜만입니다. 수미산~”
“반갑습니다. 룸비니~”
“대승하고 혜초도 이리와요~”
이들은 모두 상호만 들어도 알 수 있는 불교성지순례 전문여행사 이름들이다. 이외에도 실크로드, 감로, 보리, 아제, 일광여행사 등이 있다. 우리들은 겨울 시즌이 되면 동창회 모임을 갖듯이 인도 행 타이항공 기내에서 자연스레 몇 차례 만나게 된다. 인도는 불교가 탄생하고, 발전한 곳으로 불교유적지가 많은 나라이다. 한국의 불교 신자들은 부처님의 발자취를 따라 여행하고자 인도의 여행적기인 겨울철에 이곳을 많이 찾는다.
스님들의 수행기간인 동안거, 하안거와 불자들이 기도를 올리는 초하루, 백중, 지장재일 등을 제외하고 여행일정을 맞추다 보면 각 여행사마다 출발하는 불교성지순례 단체들의 날짜가 거의 비슷하다. 또한, 인도의 취항도시와 편수가 가장 많은 타이항공을 이용하게 되니 겨울철 기내에서 우리들이 만나는 것은 사실 그리 어렵지 않은 편이다.
기내 뒷켠에서 인도의 열악한 교통사정과 성지지역의 여러 가지 정보를 교환하고, 서로의 사정들을 얘기하며 친분을 나눈다.
이들 불교전문 여행사 직원들은 여느 여행사 직원과는 많이 다르다. 이들은 여행의 매카니즘은 당연히 알고 있고, 모두 사라져 버린 2500년 전 부처님의 일생에 대한 희미한 행적을 찾아 설명까지 하는 전문 가이드 역할을 하고 있으며, 나아가 연로한 고객과 함께 일반인과는 생활방식이 다른 종교인을 보호하면서 식단까지 관리하기도 한다.
또한 이들은 순조로운 불교성지순례의 행사진행을 위해 불교 교리를 이해하고 있으며, 부처님의 일대기와 자타카(전생담)까지 상세히 설명을 하곤 한다. 이들 중 일부는 어렵다는 화엄경, 법화경, 능엄경, 전유경, 금강경 등 경전에 대한 배경과 의미를 알고 있으며, 암송하는데 한 시간 가량이 걸리는 천수경까지 모조리 외우곤 한다.
불교전문여행사가 비교적 쉬운 일반 여행상품을 취급하지 않고, 이처럼 어렵고 힘든 성지순례 여행 상품을 판매하는 이유는 일반적인 여행상품과 비교하여 수익도 큰 편이고 경쟁도 그리 심하지 않은 장점도 있겠지만 무엇보다도 보람이 매우 크기 때문이다. 불교는 종교적인 의미와 함께 불교철학으로서의 높은 가치를 가지고 있어 자아(自我)에 대한 이해와 철학적 관점에서 사물을 보는 시야가 커지는 장점이 있다. 필자의 경우, 2500년 전에 지혜가 높은 문수보살과 시대를 즐기던 유마거사와의 대화에서 “부처님의 세계는 공(空)이다.(오늘날 대승불교의 근원)”라고 주장한 유마의 空 사상은 인생에 커다란 주춧돌이 되었으며, 흐트러진 마음을 가다듬는 수행법인 아나파나사티(anapanasati 들숨날숨에 대한 마음챙김, 알아차림, 깨닫기, 새김....)를 알게 되고, 79세에 입적을 앞둔 부처님의 마지막 가르침인 제행무상(諸行無常)은 인생의 멘토가 되었다.
교통과 관광 인프라가 열악한 성지순례여행은 분명 힘들고 고통스러운 여정 그 자체이다. 하지만 성지순례에 임하신 스님과 불자님들 모두는 부처님을 만났다는 보람으로 기쁨이 충만하다. 성지순례여행을 안내한 여행사 직원에게는 감사한 마음과 함께 평생을 잊지 못하는 도반(道伴)으로 여기며, 이렇게 형성된 유대관계는 오랫동안 이어지는 단골고객으로 이어진다.
하지만, 기내에서 만난 불교전문여행사들의 이야기는 언제나 미래에 대한 걱정으로 마무리된다. 우리들의 걱정은 불교성지순례 여행을 이어나가는 후배가 거의 없다는 것이다. 종교적인 색채가 강하고 현대적이지 못하다는 이미지로 인해 여행업을 희망하는 젊은이들로부터 외면을 받고 있는 것이 큰 문제이다. 여행업은 계속 발전해 가지만 불교전문여행사는 오히려 퇴보되는 것 같아 모두들 안타까워한다.
우리나라의 불교신자는 2,000만 명이 넘고, 불교유적지는 인도, 네팔, 스리랑카,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 전역에 분포되어 있다. 불교신자의 대부분은 나이가 연로하신 분들이어서 여행사의 도움이 꼭 필요한 특성이 있으며, 가격구성과 경쟁 면 역시 일반 패키지와 비교하여 좋은 조건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시장의 특성을 고려하여 대형 여행사와 관광관련학과를 운영하는 학교에서 여행의 다양성과 종교관련 전문여행사의 Vision을 자세히 설명하는 등 교육의 비중을 높여 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색다른 삶을 꿈꾸는 유능한 젊은이들이 인도의 보드가야와 네팔의 룸비니에서 앞으로도 끝없이 이어질 많은 순례자들에게 길을 열어주면 좋겠다.
“아제 아제 바라아제 바라승 아제 모지 사바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