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릎이 아픈 이후로 트레킹, 하이킹 그 어느 것도 잘하지 못하면서 단풍국의 진수를 볼 욕심에 도전했다.
캐나다 단풍보다 설악산 내장산 단풍이 더 예쁜데 그 먼곳까지 왜 또 가느냐는 말을 애써 떨쳐내면서 일정의 절반만 트레킹이라는 것을 위안삼아 캐나다에 도착했다.
첫째날 올드퀘벡은 본 곳이라 큰기대 없었는데 호텔옆 아브라함 평원의 몽환적인 새벽 산책에 감탄하고, 현지 가이드 저스틴의 관광해설이 더해져서 올드퀘벡이 새롭게 느껴졌다.
기억을 더듬으며 자유롭게 다녔고 가이드님의 추천 맛집에서 맛난 식사후 푸니쿨라도 타면서 첫날여행을 마무리했다.
다음날 아크로폴리스 트레일은 일정 중에 가장 힘든 코스라 긴장하며 상승고도 840m를 오른다. 너덜길에 가파른 경사까지
아이고?
스틱의 도움으로 정신없이 오르는데 일행분의 목소리가 들린다. 하늘 보고, 단풍 감상도 하며 숲을 즐기라고?
이 멋진 숲을 앞사람 발만보며 걷기는 아깝지 않느냐는 나대리님의 음성도 들린다.
써밋1에 다다르자 탁트인 하늘이 먼저 반긴다
와!
여기저기서 감탄이 터져나온다.
깊고 너른 협곡에 가득한 노란단풍과 초록의 침엽수림, 파란 말베 강물 그 위를 흐르는 카약이 까마득히 작게 보인다.
암릉들이 말베강 협곡 양 쪽에 도열한듯 한국에서 볼 수 없는 장관에 흥분해서 목숨건 인생샷도 처음으로 찍어봤다.
써밋1에서 샌드위치를 느긋하게 먹고, 적당한 햇살과 상큼한 바람에 계곡멍도 충분히 즐기며 천천히 하산했다 역시 스틱에 의지하며?
주차장에서 올려다본 써밋1이 까마득히 높아보였다. 내가 저렇게 높고 가파른 곳에 다녀왔다고?
내리막이 어려운 나같은 초보자도 힘들지않게 다녀올 수 있도록 이끌어주고 기다려준 저스틴과 나대리님의 노련한 안내 덕분이다
다음날 백조의 호수트레일은 전날 트레킹으로 인해 다리가 묵직했고 이틀 연속이라 더욱 부담되었다.
출발지점에서 만난 노오란 자작나무 잎들이 서로 부딪는 소리가 환영의 박수같아서 단풍을 소리로 느끼며 산을 오르기 시작했다. 다행히도 경사가 완만하다
우와~! 어머나~!
한국의 봄빛처럼 노랑 연두 초록을 조화롭게 뿜어내는 가을 단풍길, 맑고 파아란 하늘은 미술관에서 마주한 이국적인 풍경화 딱 그 명작이다.
정상에서 본 백조의 호수 주위로 제주도의 오름같은 화강암릉과 단풍, 초록의 툰드라가 장관을 이룬다. 이틀 연속 단풍 절정기를 이렇게 딱 맞추기도 어려운데 혜초의 분석이 정확했나보다.
여기서도 느긋하게 쉬고 내려오는 길에 흑색과 백색의 자작나무 연리지를 발견했다. 자작나무 줄기가 흑색도 있다니 신기한 발견이다. 다정한 부부가 유독 많았던 이번 팀을 상징하는 듯하여 절로 웃음이 나왔다.
숙소인 페어몬트 호텔은 세월의 깊이와 역사를 고스란히 품고있어 향기마저 고급진 호텔이었다. 고풍스러운 실내장식, 정원에서 만난 노루가족, 호텔 벽면을 가득 뒤덮은 새빨간 담쟁이, 세인트로렌스강 위로 떠오른 황금빛 일출과 윤슬을 보면서 이 호텔에서 며칠 더 머무르고 싶다고 이구동성이었다.
오타와강을 헤엄치는 캐나다 구스 무리와 일몰이 연출한 신비한 광경은 마음의 심연을 들여다보게하는 마법의 장소같아서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것 같다. 일정에 없었지만 번거로움을 마다않고 선물처럼 보여준 두분 가이드님께 감사드린다.
셋째날, 드디어 하일라이트!
빨간 단풍을 볼 수 있다는 몽뜨랑블랑!
그런데 출발부터 비가 온다. 비로인해 트레일이 막혀서 결국 곤도라로 올라갔는데
세상에나! 북한산 안개인지?
지리산 운무인지?표현을 빌리자면 곰탕이다.
아쉬움에 우비 위로 쏟아지는 장대비를 맞으며 정상을 서성이다가 나대리님이 쏘는 핫초코와 예쁜 마을에서 업그레이드된 음식으로 쓰린 마음을 위로했다.
속상할땐 먹는 게 특효약. 할라피뇨 피자가 압권! 역시 현지인 저스틴의 추천 맛집은 실패하지않는다.
다음날은 어제의 아쉬움을 풀어줄 단풍가도가 기다린다.
단풍가로수가 가득한 60번 하이웨이를 따라 알곤퀸으로 갔는데 아?단풍이 절정은 아니었다. 군데군데 물든 것도 있지만 아래로 갈수록 단풍이 그닥 보이지않는다. 트레일 중에는 단풍을 볼 수 있으려나?
센테니얼 릿지 트레일은 길이 완만하고 훍도 푹신하여 발바닥이 아프지않다. 그러나 돌이 많고, 전날 비로 인해 질퍽하여 방수되는 등산화가 필수이다. 여기도 미끄러지지 않으려면 스틱이 필수!
암릉에서 내려다보는 단풍은 가장 캐나다스러운 단풍으로 느껴졌다.
암릉, 빙하호수와 더불어 알록달록한 단풍이 지평선 끝~까지 광활하게 펼쳐진다
눈길닿는 끝까지 단풍이라니!
처음보는 광활한 단풍에 저스틴이 촬영한 드론뷰까지 더해지니 이보다 좋을 수 있을까
그러나 가까이서 보는 단풍은 아직 초록초록했다.
마지막날은 하루종일 나이아가라다.
배 위에서 만난 폭포는 굉음을 울리며 우유같은 물줄기를 줄기차게 토해내고, 아찔한 전망대에 올라 식사하며 폭포를 항공샷으로 감상한 것도 아주 즐거웠다
낮에도 밤에도 걸었던 폭포 주변 산책에서 물보라와 조명이 밤의 무지개를 보여주었고, 호텔룸에서 직관한 폭포와 불꽃놀이도 만족스러웠다.
혜초의 호텔 선택 덕분에 나이아가라의 장관을 눈앞에서 직관하는 호사를 누렸다.
이번 여행에서 아름답고, 신비하고, 새로운 가을을 만났다
캐나다 단풍과 한국 단풍의 비교는 의미가 없다는 사실도 확인할 수 있었다. 서로 다른 각각의 멋스러움이 있었다
또한, 단지 보기만 하는 여행이 아니라 오감을 만족시켜주는 풍성한 가을여행이었다.
트레킹이란 신체능력에 따라 개인차가 큰 활동이라 리더 입장에서는 힘들고 모두를 만족시키기도 어려울 것이다.
더욱이 이번 상품처럼 트레킹과 관광이 섞인 경우는 개인차가 더 확연할 것이다.
하산이 어려워서 늘 마지막에 내려왔는데도 이해해주신 다른 일행분과 초보자가 쫓기는 기분없이 트레킹할 수 있도록 노련하게 유도해주신 두분 가이드님께 감사드립니다.
계획에 없던 곳, 현지의 속살까지 보여주고자 현지인 찬스를 마구 풀어주신 저스틴님의 정성과 감성, 매순간 최선을 다하신 덕분에 풍성하고 알찬 여행이 될 수 있었습니다.
조용하지만 강하고 유머 가득한 나영재대리님 또한 유기적인 운영을 위하여 적재적소에 능력을 발휘하고, 여행 출발 전부터 도착 후까지 고객의 입장에서 세심한 지원을 아끼지않았습니다
고맙습니다
사소한 요청에도 항상 밝은 미소로 해결해주시고, 밀도높은 프로그램 운영을 위해 최선을 다한 두분의 조화로운 케미와 융통성 있는 진행에서 프로의 모습을 보았습니다.
트레킹에 서툴러도 두 분같은 탁월한 가이드, 예약 단계에서도 친절한 안내로 다양한 정보를 주신 담당자님, 혜초의 치밀한 계획과 든든한 지원이면 또 다른 트레킹에도 도전할 용기가 생깁니다.
다만 한가지 아쉬운 점은?
짧은 기간에 이동동선이 길다보니 말베, 백조의 호수 트레일은 단풍이 좋았으나 그 아래쪽은 아직 단풍 절정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여행 출발이 5일~1주일 정도 늦거나, 보다 여유있게 며칠 더 추가하는 프로그램이었으면 좋았을 것 같습니다.
단풍시기는 정확한 예측이 어렵지만 캐나다 지인이 이 시기에 가면 알곤퀸, 나이아가라 단풍은 절정이 아니라며 내년에 록키와 연결해서 보자는 제안도 거절하고 왔는데?혜초에 문의하고 나름 선택한 날짜인데 ?
비가 내려 보지못한 몽뜨랑블랑은 어쩔 수 없지만 혜초 상품홍보에서 본 60번 하이웨이, 나이아가라 단풍이 찬란할 정도로 화려하여 이 지역에 대한 아쉬움이 많이 남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래 기억될 멋진 추억의 한 장을 만들어준 혜초에 고마움이 더 큽니다.
혜초!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