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황산 서해대협곡/삼청산 트레킹 4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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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023.11.01 |
작성자 | 이*형 |
상품/지역 | 트레킹중국 |
서해대협곡의 비경은 말 할 나위 없지만, 덤으로 생각했던 삼청산이 오히려 참 인상적이었습니다. 정대리 님이 직접 인솔하셔서, 친절하고 편안하게 일정이 잘 진행된 거 같아 감사드리고요. 팀원들 모두 너무 잘 걸으셔서 저으기 놀라웠습니다. 개인적인 바람이라면, 일정을 조금 널널하게 잡았으면, 혜초 다운 타 여행사 프로그램과의 차별성을 두드러지게 하는 면이 아닐까 하는 생각해 보았습니다.(일테면 산위 호텔 숙박 후에 다른 코스를 트레킹하고 하산하거나, 산에서 1박을 더 한 다음에 내려오거나) 어차피 혜초를 선택하시는 분들 중에는 비용보다는 알찬 내용에 방점을 찍는 분들이 많이 있으니까요. 아래는 상품평이라기 보단, 제 여행기 비슷한 내용인데, 적어둔 것이 있으니 그냥 한번 올려봅니다. ---------------------------------------------------- 여행은 문과 같다. 우리는 이 문을 통해 현실에서 나와 꿈처럼 보이는 다른 현실, 우리가 아직 탐험하지 않은 다른 현실 속으로 파고 들어가는 것이다. - 기드 모파상 일상... 느긋하게 편안하게 잘 이어지고 있습니다. 때론, 이렇게 무탈하게 평온해도 되는 것인지 내 삶에 황송해 하면서 보낼 때도 많고요. 봄 설렘과 뭇생명들과의 만남, 그리고 활력을 북돋워주는 레포츠 활동과 길을 잃지 않은 독서들. 그런데, 가을에 들었습니다. 가을의 하강 기운이 자연의 이치로 귀결되는 건 알지만 여전히 봄, 그 뜨겁게 솟아오르던 생명의 불꽃에 대한 그리움을 떨칠 수 없듯 시간의 강물을 빠르게 항해하는 내 삶에 드문드문 파문을 일으키는 흔들림 설핏 이는 것이란 더 뜨거웠고 푸릇했던 날들에 대한 향수의 파편들로 말미암은 것임을...... 부인하지 않겠습니다. 여행은 그 준비 과정의 번거로움에도 불구하고, 이런 일상들을 잠시 유예, 봉인해 두고 어쩌면 판타지의 세계로 잠시 접어드는, 마법의 문을 통과하는 일입니다. 지난 초봄에 이어 가을, 다시 비행기 트랩을 밟습니다. 멀지 않은 곳에 있어 언제든 올 수 있다고, 혹은 너무 흔하게 회자되어 조금은 상투적으로 생각해서 미뤘던 세계 중국 황산, 삼청산 트레킹 일 년 365일 중, 250일 정도가 비가 오거나 흐려서 풍광을 볼 수 없다고 하죠? 주변 친구들도 거길 갔다가 비구름에 가려서 제대로 만나지 못하고 왔다는 얘길 자주 들었던 곳입니다. 많이 걷는 프로그램이 있는 여행사를 골랐습니다. 이국의 땅을 조금이라도 더 걷고 싶었거든요. 3개월 전부터 예약했으니... 날씨는 하늘의 뜻에 맡겨야 하는 일이었지만, 다행히 머무는 동안 맑은 날씨가 될 거란 맑은 예보를 접했습니다. << 삼청산(三靑山) 트레킹>> 23. 10. 23. 황산시 숙소에서 버스로 3시간 정도를 달려서 이른 첫 트레킹 장소는 강서성 동북쪽에 위치한 삼청산입니다. 기실, 이 트레킹을 신청했을 때 삼청산은 그저 황산의 명성에 묻어가는 고만고만한 산으로 생각하고 있었답니다. 하지만, 삼청산 트레킹을 하면서 이곳에 하루밖에 거닐 수 없다는 것이 너무나 아쉬운 마음이었습니다. 신이 빚은 걸작이란 상투적인 표현이 와닿을 정도로 기암괴석과 소나무가 멋진 조화를 이룬 곳. 산 정상의 옥경봉, 옥화봉, 옥허봉 3개 봉우리가 도교의 세 신선인 삼청(옥청, 상청, 태청)이 앉아 있는 것 같다 하여 삼청산이란 이름이 붙여졌다고 하지요. 기암괴석과 소나무 그리고 산과 산이 어우러진 풍경 못지않게 인상적인 것이 또 하나 더 있다면 고공잔도입니다. 텔레비전 여행 프로그램에서나 종종 보던 고공잔도는 멋진 자연을 인위로 훼손시킨 볼썽사나운 것으로 생각하고 있었는데, 막상 와서 보니 인간이 빚은 예술이라는 생각으로 바뀌게 되었습니다. 3.6km나 되는 이 고공잔도는 산악전문가도 도무지 오를 수 없을 절벽에 길을 만들어 놓아 천혜의 자연 풍광을 누구나 즐길 수 있도록 해 놓았고, 전혀 눈에 거슬리지도 않았답니다. 가파른 돌계단을 오르내리다가 문득 잔도가 나타나면, 아주 여유롭게 주변 풍광을 음미하며 걷게 됩니다. 그런데 참 우습게도 사람의 욕심이란 끝이 없죠. 오늘처럼 맑은 날씨를 만나는 것이 일 년 중 3할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고 하는데도, 여기에 살짝 운무가 더해졌으면 하는 바람까지 갖게 되다니요. 하지만 내내 감사했습니다. 날씨와 무릎. 살짝, 불편함이 느껴지긴 했지만, 코스를 걷는 데는 문제가 없습니다. 걸을 수 있는 행복, 즐거움이라니요! 내 발로 걸어서 이 새로운 세계의 모습을 내게 들인다는 것은 얼마나 한 축복인가 하는 것을 거듭 느낍니다. << 황산, 서해대협곡 트레킹>> 23. 10. 24~25. 숙소를 출발해 1시간 남짓만에 이른 황산에 들기 위해서, 다시 셔틀버스를 탑니다. 인산인해란 말이 절로 중얼거려지네요. 좋은 계절에 날씨마저 맑으니 어련하겠습니까. 멀리서 온 우리에겐 반갑지 않은 현상이지만, 많은 인민들이 이 절경을 즐기게 하라는 등소평의 지시로 무려 20년 넘게 설계하고 닦은 결실이 누누대대로 이어지는 것 같습니다. <연화봉 오르는 길> 황산 중 최고봉인 연화봉은 옥병루에서 바라보면 마치 한 송이의 연꽃 같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입니다. 가파르기 짝이 없는 이 봉우리를 오르기 위해 무려 2시간 정도의 정체를 겪어야 했답니다. 하지만, 나쁜 것만은 아닙니다. 고개만 돌리면 펼쳐지는 풍경들은 모두 내 눈 안으로 몰려들었거든요. 바위를 깎고, 계단과 난간을 설치하고, 작은 동굴을 내고... 그렇게 오르는 길을 만들어 두었더군요. 눈으로 보고도 믿기 힘든 인간의 역사(役事)에 자연 풍광 못지않은 감탄사를 연발하게 됩니다. <서해대협곡으로> 이번 여정의 백미인 서해대협곡으로 들어섭니다. 황산중에서도 가장 경관이 좋아 꿈속에서 본 환영 같아서 몽환경구(夢幻景區)니 마귀의 환영 같아서 마환경구(魔幻景區)란 별칭이 붙은 곳이기도 하죠. 서해대협곡은 등소평이 76세 때인 1979년에 이곳을 내다보고 개발지시를 내려서 12년 설계에 9년 공사로 2001년 개방이 됐다고 합니다. 가파르고 아찔한 곳마다 계단을 놓아, 무릎만 괜찮다면 걸어서 풍광을 담을 수 있는 환상적인 곳이죠. 곡저(아마도 계곡의 낮은 곳이란 뜻인 듯)까지는 그래도 모노레일의 도움을 받으니, 한결 낫습니다. 다리가 불편한 사람은 모노레일로 내려서서 협곡을 얼마간 주유하다가 다시 이를 타고 오르기도 하나 봅니다. 영객송과 연화봉 쪽에 북적대던 사람들의 발걸음은 숫제 한적하다고 할 만큼 줄어들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아무리 돌계단을 잘 만들어 두었다 하지만, 옥병루에서 출발했다고 치면 약 12km 남짓 5시간 가량을 걸어야 하는데, 만만찮은 여정이 되니까 말입니다. 그저 감탄밖에 나오지 않습니다. 꿈속의 환영 같다거나, 심지어 무협지 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비현실적 풍경의 연속. 배운정으로 오르는 몇 갈래의 길 중에서 오른쪽 길로 계속 선택하면 협곡과 웅혼한 산의 풍경이 더 잘 보입니다. 감히 접근조차 어려운 그런 협곡과 바위투성이의 비경을 무려 20년에 걸친 인위의 노력으로 말미암아 다 끌어안을 수 있게 되었으니, 길을 만든 이들의 노고에 고마운 맘을 가지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서해대협곡> 연화봉 오르는 길이 예정보다 1시간 이상 지체되는 바람에 배운정에 이를 즈음엔 해가 서쪽으로 내려서기 시작합니다. 비래석 아래서 일몰, 서해대협곡으로 해가 지는 광경을 봅니다. 환상적이라기 보단 장엄함에 숙연해지는 어떤 느낌..... 기암괴석으로 무리진 산 너머로 또 산과 산이 아련하게 펼쳐지고, 그 너머로 놀빛이 퍼지기 시작합니다. 대자연의 판타지 앞에 그저 넋을 놓고 망연해질 뿐이었습니다. 좁쌀같이 작은 나, 그리고 찰라의 시간을 머물다가는 우리네 인간들의 삶을 생각하면 그저 가슴 먹먹해질 뿐입니다. ?비래석에 이른 이후엔 해가 완전히 떨어져 랜턴을 켜야 합니다. 하지만 불빛이 아니어도 큰 문제가 될 일은 아니랍니다. 등산길 사이사이에 가로등이 설치되어 있으니까요. 우리나라 설악산이나 지리산에 대해 생각해 봤습니다. 나는 아직도 판단이 잘 서지 않습니다. 케이블카가 들어서는 것을 극렬하게 반대하는 환경보호론자들과 찬성하는 사람들의 입장 중에 과연 어떤 의견이 옳은지. 등소평의 지시로 인한 것이라곤 하지만 이 개발이 과연 자연환경을 크게 훼손한 것일까? 문득 수많은 사람들, 심지어 걸음이 불편한 노인들도 다가서서 안길 수 있는 환경을 만든 이곳을 보면서 이런 생각을 두서없이 해 보았습니다. 대단합니다. 산속에 있는 호텔들. 난 그저 우리네 산장 대피소 정도로 생각을 했건만, 거의 2성급 호텔입니다. 우리나라 국립공원에 이런 숙소가 있다면 어땠을까도 상상해 봤습니다. 먼저 중장비가 차량이 들어오도록 산을 깎아서 길부터 냈겠죠? 그런데, 황산 호텔엔 그런 일은 없었습니다. 그저 케이블카 정도이고, 그다음부터 모든 물품들은 사람들의 어깨를 통해서 운반하죠. 그걸 안쓰러워했지만, 현지 가이드의 말은 다릅니다. 현지인들의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이라고 하니 말이죠. 쓰레기를 버리는 곳이 곳곳에 있습니다. 하지만, 볼썽사나운 플라스틱 같은 기구가 아니라, 자연 그대로 오목하게 파인 곳을 이용했더군요. 청소 요원이 돌아다니며 수거를 해서 수북이 쌓이거나 지저분할 겨를이 없습니다. 계단, 잔도마다 물 빠짐까지 세밀하게 설계해서 수해를 막습니다. 길에, 계단 사이에 나 있는 나무 하나도 귀찮다고 잘라버린 것이 아니라 그대로 살려서 보호를 해 두었습니다. 20년에 걸친 개발과, 그에 걸맞은 보호와 운영이 지금의 이 황산을 더 위대하게 만든 것은 아닐까. 그리고 우리도 배워야 하는 것이로구나 하는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중국이라면 혹은 일본이라면... 맹목적인 배척심을 앞세워 차이와 다름과 장단점을 제대로 구분하며 보지 못하고, 맹목적 국수주의에 빠져서 남을 배척하고 내 것을 미화하는 데에만 급급했던 점은 없었을까? 산속 호텔은 상상했던 것 이상으로 쾌적했습니다. 온수며 히터 어느 것 하나 부족한 것이 없는 숙소였죠. 저녁 식사도 산속에서는 황송할 정도였다고 할까요? 몸을 씻고 누우니 창밖으로 달빛이 그득합니다. 몸은 고단했지만, 쉬이 잠이 들 것 같진 않습니다. 쾌적한 침대에 누워 있다는 것이, 높은 산 위 숙박이란 느낌을 얼마간 지워버리긴 했지만 이국의 높은 산 위에서, 머리맡에 서해대협곡을 두고 누워 있는 나를 오래오래 음미해 볼 참입니다. 마지막 날 새벽입니다. 아침 일출을 보기 위해 서둘러, 호텔을 나섭니다. 식사는 도시락이죠. 아침밥을 먹고선 일출을 볼 수도 없거니와, 오늘 산을 내려서서 서둘러 항주까지 달려서 귀국 비행기를 타야 하는 빡빡한 일정이 기다리고 있으니까요. 한두 날이 더 여유가 있더라면, 더 많이 다른 곳을 두루두루 돌아볼 수도 있을텐데 하는 조금 아쉬운 마음도 있었답니다. 어둠을 뚫고 봉우리를 넘는데, 하나둘 사람들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호텔에 일용할 물건과 식재료들을 운반하는 현지인들입니다. 우리가 먹고 마신 음식들이 이분들의 수고롭고 고단한 어깨에서 비롯되었단 사실에 새삼 숙연해집니다. 고개를 넘어서니, 동녘에 붉은 기운이 서리기 시작합니다. 구름이 많이 드리워져 어제저녁의 일몰 같은 풍경을 만나긴 힘들 것 같습니다. 구름 사이 해돋이. 황산에서의 마지막 일정 일출은 그랬습니다. 무릎은? 살짝 불편한 감은 있지만, 걱정했던 것보다 훨씬 괜찮았습니다. 걸을 수 있는, 걸어서 풍경과 다른 세상의 문을 열고 들어서 세계를 만난다는 것이 얼마나 우리네 생에서 귀한 축복인가를 새삼 깨닫습니다. 잘 다독여, 더 많은 세계의 문을 두드려 들어갈 수 있도록 해야겠지요.
평점
4.6점 / 5점
일정4
가이드5
이동수단5
숙박5
식사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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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현*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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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023.11.01 |
안녕하세요. 혜초여행 중국 트레킹팀입니다.
멋진 사진과 정성이 담긴 상품평 남겨주셔서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인솔자님에 대한 칭찬도 잘 전달해 드리겠습니다.
황산에서의 시간을 좀 더 여유롭게 보낼 수 있도록 상품을 검토해보겠습니다.
상품평 남겨주셔서 소정의 혜초포인트 적립을 도와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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