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막혔던 하늘길이 다시 열렸다. 마침 벼르고 벼르던 카라코람 하이웨이 상품이 새롭게 나왔다. 비록 1200km를 달려 쿤자랍 패스(4,693m)를 넘어 중국 카슈카르까지 갈 수는 없지만 훈자까지 일부 구간만 가는 것만도 감지덕지다. 직항로가 없어 방콕을 경유하여 이슬라마바드에 도착. 아쉬운 점이 있다면 간다라 유적지를 돌아본다고 40도가 넘나드는 무더위 속에 장장 사흘 동안을 탁실라, 스와트, 페샤와르 등지의 폐허나 다름 없는 돌더미와 박물관 순례에 일찍이 지치고 말았다. 이후 스카루드를 거쳐 길기트, 훈자, 파수빙하까지 이어지는 길은 그야말로 비경이다. 지구의 태초 모습이 진정 이러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런 곳에도 사람이 살고 있다니... 그저 감탄, 감동이다. 다행히 길기트에서 라호르로 가는 비행기가 날씨 탓으로 취소되어 4,200m에 달하는 바브사르 패스를 넘어 카그한 계곡을 따라 하루 종일 차를 달렸다. 파키스탄의 여름 휴양지답게 처음부터 끝까지 눈을 뗄 수 없는 비경이다. 비행기로 이동하였다면 너무나 아쉬웠을 아름다운 경치다. 이번 파키스탄 카라코람 하이웨이 여행은 비록 장거리 이동이 힘든 일정이기는 했지만 일생일대의 숙제를 마친 느낌이다. 이번에 82세 된 여성분과 함께 했는데 참으로 놀랍고도 부러운 일로 느껴졌다. 나도 20년 후에 다시 이곳에 올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