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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카슈미르]그레이트 레이크 트레킹 10일
작성일 2024.08.16
작성자 이*원
상품/지역
트레킹티벳/인도/파키스탄
나에겐 결코 쉽지 않았던 카슈미르, 그러나 재기에 성공했다.

P. 인도 카슈미르에서 돌아온 지 5일이 지났다. 그런데 아득하게 느껴진다. 몇 년 전에 다녀온 느낌이다. 돌아오는 길이 험해서 그런가? 5박 6일의 트래킹을 무사히 마치고 스리나가르 호텔로 돌아온 직후부터 탈이 나기 시작했다. 특별히 잘못 먹을 것도 없는데, 긴장이 풀린 탓인가? 돌아오는 날 아침부터 화장실을 들락날락. 체중이 4kg이나 빠졌다. 좋은 일이 아니다. 10대 중반 이후로 내 팔이 가장 얇아 보인다.

1. 이 트래킹은 EBC를 함께 갔던 혜초의 모 대리가 작년에 카슈미르를 다녀온 직후 강력 추천한 코스였다. 호기심이 있던 차에 돌로미티 알타비아 No. 1을 함께 걸었던 거제 동기가 올초 신청했다는 얘기를 듣고 곧바로 예약했다. 예약한 이후로 걱정이 조금 앞섰다. ‘내가 과연 5박 6일을 연속해서 걸을 수 있을까? 다시 도지는 것이 아닐까?...’ 재발하면 큰일이다. 다시는 그런 고통을 겪고 싶지 않았다(참고: 【에베레스트】베이스캠프 트래킹 16일 상품평 작성자 이*원, 작성일 2023.01.29) 트래킹 내내 조마조마하며, 기원하며 살살 걸었다. 다행히 완주했다. 하지만 여전히 지금도 병원에 다닌다.

2. 카슈미르 가는 길은 멀고 길었다. 이틀이 걸렸다. 인천공항에서 델리 공항, 호텔. 하룻밤 자고 국내선으로 스리나가르. 차량으로 3시간 이동해서 소나마르그. 편하게 하루 더 자고 그 다음날부터 트래킹을 시작했다. 트래킹 5박을 1인용 개인 텐트에서 잔다. 추억이 되살아나는 텐트 생활이다. 불편은 감수해야 한다.

3. 1일차, 행동식 받아 챙기고, 등산화 끈 단단히 묶고 트래킹 시작. 뒤쪽에서 천천히 천천히 걸었다. 다름과 독특함을 찾으며 느끼면서 걸었다. 숲길 구간이 인상적이다. 닉나이 캠프 도착. 빗소리에 잠시 깼다가 자고 깨고. 잠을 잔 건지 안 잔 건지, 비몽사몽이다. 2일차, 05시 30분 기상, 06시 아침식사, 06시 30분 출발이다(조금 더 나은 캠프 사이트를 선점하기 위함이란다). 보통 04시경 깨고, 이때부터 슬슬 짐을 싸기 시작한다. 침낭을 돌돌 말아 싸고, 따로 가져간 매트와 깔개를 접은 다음, 옷을 갈아입고 카고백에 모두 집어넣어야 한다. 아침 먹고 곧바로 출발한다고 보면 된다. 천천히 천천히 살살 걸었다. 전에 보지 못했던 새로운 경치가 보인다. 하지만 돌산이 여럿 보였고, 트래킹 내내 보인다. 닮았다. 돌로미티의 이름 모를 돌산과 너무도 유사하다. 물론 돌로미티의 그것과 비교하고 싶지 않다. 이러면 안 된다. ‘있는 그대로’ 봐야 한다. 하지만 ‘판단중지’가 잘 안된다. ‘익숙한 것을 낯설게, 낯선 것을 익숙하게’ 보며, 걷는 내내 ‘있는 그대로’ 보고자 노력했다. 이미 다른 곳에서 많은 것을 봤던 터라 비교, 대조하려는 마음을 지울 수가 없는 게 사실이다.

4. 3일차, 4,200m 가드사르 패스를 넘는 날이다. 아침에 비가 조금 왔는데, 출발이 계속 미뤄진다. 비가 오면 말이 패스를 넘지 못하고 위험하단다. 말들이 모든 짐을 날라다준다. 카고백부터 텐트, 주방기구, 식자재 등. 이곳에 태어난 말들의 숙명이다. 안쓰럽고 고마울 뿐. 11시 40분 출발, 9시간 예상의 길을 떠났다. 멀리 패스가 보인다. 심리적으로 위축이 되고 의심이 된다. 내가 넘을 수 있을까? 포기할 수도 없다. 탈출할 방법도 없다. 한 걸음 한 걸음 걷고 또 걷는다. 1년 8개월만에 긴 시간을 걷는 티가 난다. 근육들이 아우성을 친다. 겨우겨우 넘고 걸었다. 7시간 걸렸다. 팀원들 정말 참 잘 걷는다. 일본 북알프스 다이기렛또 팀과 비슷하다. 놀랍다. 나만 빼고 모두 고수, 선수들이다. 4일차는 즐겁게 걸었다. 내가 좋아하는 길이다. 그리 험하지도 않고, 파란 하늘과 흰 구름이 조화를 이루는 초원길을 기분 좋게 걸었다. 11시에 캠프 도착, 라면으로 점심 먹고, 오후 내내 여유로운 시간을 보냈다.

5. 5일차는 돌산을 넘었다. 이런 길도 좋다. 경치가 새롭게 보인다. 이곳 나름의 경치다. 여러 멋진 호수를 봤고(이 트래킹 상품명이 카슈미르 그레이트 레이크), 비 맞으며 걷고 또 걷고, 핫앤쿡 행동식을 맛있게 먹고 또 걸었다. 높은 바위산과 빙하가 보인다. 오지 중의 오지다. 걸어서 이곳에 오는 자만이 이런 경치를 감상할 수 있다. 마지막 야영. 6일차는 고도를 1,200m 이상 내린다. 내려가는 길이 멀다. 마구 내려갔다. 누가 그런다. ‘저산증’이라고. 3,500m 언저리에서 놀다가 상대적으로 낮은 고도에 내려오니 어질어질하다. 비빔국수로 점심먹고, 스리나가르 호텔. 덥다. 무지 덥다. 6일 동안 못 감은 머리를 두 번이나 감았다. 세수도 여러 번 했다. 매일 물 티슈 두 장으로 해결했는데, 정말 개운하다.

6. 야영에서 가장 곤란한 것 중의 하나가 화장실이다. 잠자는 텐트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한 개의 구덩이를 파고 간이 천막을 친 게 화장실이다. ‘내 것(?)을 남에게 보이지 마라’ 나름의 규칙과 예의가 있다. 그러고 보니 옛 추억이 새록새록 난다. 장교 후보생 훈련 시절 이후 처음이다. 경험한 게 많지만, 비위가 약하신 분들을 위해 차마 글로 쓰지는 못하겠다. 좀 웃픈 내용이다. 각자 상상할 수는 있으나, 내 경험은 상상을 벗어난다.

7. 오랜만에 텐트에서 5박을 했다. 텐트 주위는 온통 똥밭이다. 치울 수가 없다. 그 위에 텐트치고 공존, 공생한다. 양똥, 염소똥, 말똥 등등. 원래 이곳은 그들 차지다. 인간이 잠시 빌려쓸 뿐이다. 우리가 가면 또 그들 세계가 될 것이다. 그런데 냄새는 별로 나지 않는다. 텐트 문을 열면 자연 그대로다. 텐트 안에서는 오롯이 자신만의 세계를 즐길 수 있다. 빗소리, 바람소리, 계곡물 흐르는 소리... 특히 텐트 위로 떨어지는 빗소리가 정겹다. 트래킹 내내 담배를 피웠다. 20명 중에 유일하게 피는 사람은 나 혼자다. 외롭다. 미개인(?)으로 보는 듯한 시선이 살짝 느껴진다. 담배를 피우지 않는다면 더 잘 걸을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아직 끊을 마음은 없다. 부족한 세금도 조금 더 내줘야 하고.

E. 나름의 색다른 풍광을 갖고 있는 이곳! 불편함을 상쇄시킬만한 독특한 경치와 매력이 있다. 화려하지는 않지만 묘한 끌림이 있는 곳이다. 와보시면 안다. 그리고 느끼시길.
아픈 곳을 살살 달래가면서 살아야한다. 완치는 없다. 하지만 재기에 성공한 느낌이다. 무려 6일을 매일 걸었다. 거제 동기한데 고마움을 표한다. 덕분에 안심이 되었고, 즐겁게 걸었다. ‘아, 진짜요?’ 매번 후미에서 서로 격려하며 걸었다. 어깨 다치신 분은 괜찮으신지 염려된다. 아무 일 없었으면 한다. 선수들의 모임에 슬쩍 껴서 완주한 기분이다. 대단한 분들이다. 항상 건강하시길... 밥 잘해준 Pawan, 내 뒤에 항상 있었던 Gulamchacha, 괜찮냐고 수시로 물어봤던 Samsudeen, 고맙다. 유능하고 헌신적이었던 이상혁B 과장, 고맙습니다.
평점 4.8점 / 5점 일정5 가이드5 이동수단5 숙박4 식사5
정보
작성자 김*호
작성일 2024.08.16

안녕하세요? 혜초트레킹 인도팀입니다.

 

재기에 성공한 것을 축하드립니다.

 

힘든 산행이였지만 큰 기쁨을 얻으셨으리라 생각됩니다.

 

감사의 의미로 혜초포인트 15,000점을 드리니 다음 여행에 사용하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