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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카일라스/3대성호/초모랑마+청장열차 18일
작성일 2019.08.19
작성자 김*옥
상품/지역
트레킹티벳/인도/파키스탄
티벳 여행기 중 마지막 칭짱열차를 타고 티벳을 나오던 마지막 여행기만 올려봅니다.

- 하늘길을 달리는 칭짱열차에 몸을 싣고 / 라싸에서 시안까지 -

드디어 칭짱열차 타는 날, 새벽 5시 출발이다.

칭짱열차를 대비해서 어젯밤에 짐을 분류해서 다시 싸고 네 시에 알람을 맞춰놓고 1시 반경에 잠을 청했는데 뒤척거리다가 자다 만 듯 찌부둥하다.

당슝(?熊)에서 칭짱열차 시발역이 있는 라싸까지 3시간 반 이동하여 라싸역 앞 허름한 식당에서 또우장(豆?, 중국식 두유)과 요우티아오(油?, 튀긴 도너츠)를 아침으로 먹는다. 이번 여행에서도 한두 번 먹어봤지만 예전 중국에서 생활할 때는 정말 많이 먹었다. 또우장은 묽은 콩물이어서 먹기에 부담이 없고 요우티아오를 또우장에 찍어 먹으면 고소하다. 삶은달걀 등 남은 음식들을 싸서 라싸역으로 갔다.

이제 칭짱열차를 타면 점심부터 내일 저녁까지 다섯 끼니를 열차에서 각자 해결해야 한다. 나는 햇반과 반찬, 컵라면 등을 충분히 준비해 왔기에 걱정이 없지만 다른 분들은 역 부근 가게에서 이것저것 먹거리를 구입했다. 열차 내에 식당칸이 있지만 가성비가 좋지 못하단다.

칭짱열차에서 1박2일과 시안에서 1박이 남아있지만 귀가길이어선지 여행이 끝난 느낌이 든다. 대합실에서 두 시간여를 대기하다 11:30 열차에 올랐다.


'칭짱열차'는 청해성(靑海,칭하이성)의 '청(靑칭)'과 서장(西藏시짱)자치구의 약칭인 '장(藏짱)'을 따서 '청장(칭짱)열차'라고 부르며 청해성의 성도인 '시닝'에서 시짱(티베트)의 성도인 '라싸'까지 이어지는 총거리 1,956km의 하늘길을 달리는 열차로 이 구간 중 960km 가량은 티벳고원의 영구 동토를 가로질러서 질주한다.

세계에서 가장 높은 역(탕구라 역5,068m), 세계에서 가장 높은 터널(풍화산 터널4,905m), 세계의 동토 중 가장 긴 터널(곤륜산 터널 해발4,648m, 총길이 1,686m)을 지나는 등 여러 기록으로 주목받기도 했는데 '라싸ㅡ거얼무' 14시간 구간은 평균고도 4,200m를 기록하며 최고 고도는 5,072m에 달하는 세계에서 최고로 높은 하늘길이다. 처음 칭짱열차에 오르는 이들은 열차에서 먼저 고산증을 격하게 겪기도 하지만 귀갓길의 우리는 고산증이 뭔지를 잠시 잊고 있었다.


칭짱철로는 두 기간에 나뉘어 건설되었다. 첫번째 공정은 시닝에서 출발하여 거얼무에 이르는 구간으로 1958년에 공사를 시작하여 1984년 5월 개통하였으며 두 번째 공정은 거얼무에서 라싸시까지로 2001년 6월 29일 시작하여 2006년 7월 1일 전 구간을 개통함으로써 시닝역에서 라싸역까지 완공되는 데는 무려 26년과 5년 도합 31년이 걸린 셈이다.


칭짱열차는 '중국 철도사의 기적'이라고 불릴 만큼 천문학적인 금액을 투자하여 최첨단 시스템을 갖추었다고 한다. 자외선 방지 유리창, 벼락 방지 장치가 설치되어있다고 하며 고지대에서도 열차 내의 기압을 유지시켜주는 특수 장치가 도입되었고 이중문과 유리창을 사용해서 외부 공기를 완벽히 차단했다.

조금 지나니 객실마다 별도로 비치돼 있는 산소공급기에서 저절로 쏴ㅡ 하고 공기가 뿜어져 나온다. 알고 보니 해발 2,800m를 넘어서면 자동으로 산소가 공급된단다. 적어도 이 열차 안에서는 산소 부족으로 헥헥거릴 일은 없겠다.

칭짱열차의 객실은 좌석칸과 침대칸으로 나눠지며 침대칸은 4인실, 6인실로 구성되어 있다. 4인실과 6인실은 동일한 공간에 침대 개수만 다를 뿐, 4인실은 침대가 양쪽으로 2층 들어가 있고 6인실은 3층으로 들어가 있다. 아랫층에서는 비교적 동작이 자유롭지만 위로 올라갈수록 운신이 힘들 정도로 좁다. 6인실 위층에서는 앉을 수도 없어서 올라가는 즉시 와신 상태가 되어야 하는데 4인실은 그나마 앉을 수는 있다. 좌석칸은 너무 열악하므로 가능하면 타지 않는 것이 좋다.

열차표는 탑승 한 달 전에 오픈되는데 거의 5분 만에 매진될 정도로 인기가 있어서 칭짱열차표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라는 얘기도 있다. 예전에 중국여행 할 때 들으니 열차표가 오픈되면 중국 여행사에서 싹쓸이 구매를 해 버리기 때문에 개인이 구하기가 더욱 어려우며 외국의 작은 여행사들은 웃돈을 주고 암표를 사기도 한단다.


라싸역에서 출발하여 얼마 지나지 않아 푸르고 광활한 호수가 펼쳐지는데 어제 우리가 다녀온 남쵸다. 다른 방향에서 보니 또 다른 모습이다. 고산병의 진수를 체험하게 해줬던 라싸도, 어젯밤 티벳에서의 마지막 1박을 했던 당슝도 지나가고 15시 8분, 4513m 나취(那曲)에서 티벳 가이드 김광과도 작별한다. 스쳐지나는 것, 떠나갈 것들이 하나둘 사라지는 것이 여행이고 삶이다. 그것들은 사라지지만 우리 몸의 세포속에 저장되어 불현듯 소환되기도 한다. 머릿속에 저장된 것은 기억으로, 마음속에 저장된 것은 추억이라는 이름으로 가끔 닫힌 창문을 가만히 두드린다.


이미 평균 해발 4,200m에 올라 있으니 여기서 보이는 산악은 적어도 6천미터급은 될텐데 이 고도에서 제주 오름 같이 둥그스름한 크고 작은 산들이 구름의 속도로 스쳐지나고 가끔 야크떼와 야생노루떼들이 다가왔다 멀어져가는, 가도가도 끝없는 들판이 펼쳐져 있다니 마치 지구의 2층에 올라 있는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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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명엽서 같은 창문으로 티벳고원의 놀라운 풍경들이 슉슉 지나간다. 영구 동토의 만년설산이 손가락 하트를 지으며 윙크를 날리고 병풍처럼 줄을 서 사열을 받고 있는 듯한 바위들, 푸른 물감을 풀어놓은 하늘에서 야생 구름이 머리카락을 휘날리며 살사댄스를 하다가 지칠 무렵 설산이 녹아 흘러내린 물이 강처럼 흐르고 때로는 눈과 함께 얼음이 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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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밖 풍경을 보면 기찻길을 따라 공로(우리말로 '국도')가 철도를 따라 나란히 이어지다가 어디쯤인가 헤어지고 다시 만나기를 반복한다. 그 국도를 따라 자동차들이 끊어질 듯 이어지는데 일반적인 승용차가 아니라 대부분이 공사 차량이다. 그만큼 지금 티벳은 대규모 수리중임을 뜻한다. 중국의 현대화가 그 마지막이라 할 수 있는 티벳까지 밀고 들어온 것이다. 중국의 현대화는 곧 한족화이다. 서북의 신짱 위구르 자치구는 이제 한족의 숫자가 위구르 족의 숫자를 넘어섰다. 티벳도 그 과정을 고스란히 따라간다. 중국 정부는 각 자치구에 정책적으로 한족들을 집단 이주시켜 자치구의 공공기관과 상권을 장악하고 철저히 중국화해 나가는 것이다.

칭짱열차의 본래 목적도 티벳과 중국 내륙과의 물자 수송을 원활하게 하기 위함이었다. 마치 일제가 우리나라를 수탈할 목적으로 경부선을 부설한 것처럼 말이다. 티베트에서 소요사태가 일어날 때 인민군의 개입도 훨씬 수월해졌다. 칭짱열차 건설 당시 티베트 현지에서 철도 건설 반대운동이 심했으며 달라이 라마는 칭짱철도의 완공이 티베트에 문화적 대학살을 초래할 것이라며 비난했다고 하는데, 달라이 라마의 예언이 옳았다.


기차바퀴가 철로에 부딪는 규칙적 흔들림이 마치 아기의 요람처럼 편안하다. 자정을 넘긴 시간 거얼무 역을 지나면서 기차가 쉬어가는 동안 나도 사색과 성찰의 시간을 갖는다.

이번 여행은 정말이지 참 힘들었다. 극한상황에서 사색할 겨를도 없이 나를 사정없이 몰아치면서 쫓기듯 움직였다. 여기서 멈춤하면 죽음이다는 생각으로. 일행끼리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이런 여행 좋아하는 사람들은 모르긴 해도 조금씩 자학증세가 있을 거라는 얘기를 할 정도로 이 여행은 체력의 한계를 시험하는 느낌이었다. 여행의 처음부터 따라다닌 고산증은 점점 고도가 높아지는 스케줄에 따라 진드기처럼 따라붙었다.

일행 중 많은 사람들은 카일라스를 가기 위해 왔다고 하고 어떤이는 히말라야 산맥의 북사면을 보기 위해 왔다고도 하고 또 어떤이는 수미산의 기운을 얻기 위해 왔다고도 하지만 나로 말하자면 티벳과 티벳사람들에 대한 막연한 호기심 같은 것이 있었다. 오체투지를 하는 티벳사람들의 눈빛을 확인하고 참혹한 고행을 마다하지 않는 그들 삶의 원동력이 무엇인지 궁금해서 언제부턴가 티벳여행을 버킷리스트에 올려두었다.


라싸에서 시닝까지 스물 한 시간 반을 달려온 칭짱열차는 아침 아홉 시경에 끝나고 우리는 일반열차로 갈아탔다. 환승한 열차는 고산지대를 오가는 최첨단시스템을 갖추진 않았겠지만 칭짱열차를 그대로 옮겨놓은 것처럼 똑같았다.

시닝 역에 내리니 비록 역사 안이지만 고산지대를 벗어난 까닭인가 땅에 딛는 발이 너무도 가벼워 마치 양 발에 고무풍선을 단 것 같았다.

비로소 지구의 2층에서 내려와 대지로 발을 디뎠다는 안도감.

열차는 시닝을 출발하여 약 세 시간만에 깐쑤성의 성도 란저우(?州)에 닿았다. 예부터 중국에서 '서북의 길(西北的 路道)'이라 불릴 정도로 교통의 요충지에 있는 란저우는 시안에서 출발하는 실크로드의 주요 경로인데 티벳 외에 중국의 또 다른 막강 자치구인 신짱위구르로 가는 통로이며 황하의 황톳물과 거대한 석림의 장엄한 광경을 볼 수 있는 바이인(白?)으로 가는 길목이다.

성(省) 하나만 해도 한반도의 몇 배가 넘는(시짱자치구는 한반도의 6배) 중국의 거대 성을 하루에 몇 개나 지나는지, 시짱에서 청해로, 청해에서 깐쑤로, 깐쑤에서 산시로 넘어가니 하루에 네 개의 성과 성도(省都)를 밟아보는 셈이다.


차창 액자에 보이는 풍경의 빛깔이 바뀌었다. 시안이 가까워지는 여기는 산시성의 어디쯤 될 터인데 초록초록한 산과 나무, 마을이 지나가고 누런 황톳물이 흘러내리는 강물에 갓 빚어낸 싱그런 초록의 산악이 발을 담그고 있다.


기차는 약속을 어기지 않고 저녁 9시경 시안 역에 도착했다. 식량을 비워낸 가방이 한결 가벼워지고 하나의 여행을 끝낸 나의 발걸음도 가볍다.

하나의 여행은 하나의 삶이다. 사람이 살아가는 것이 삶일진대 우리의 삶이 하나의 방식으로 살아지지 않는 것처럼 여행도 마찬가지다. 티벳여행을 마치면서 새롭게 알게 된 많은 사실과 진실, 깨우침들은 하나하나 두고두고 되새겨 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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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티벳 여행은 끝이 났지만 시안의 밤이 꽃처럼 피어나고 있다.

벌써 몇 년 전인가 시안여행의 추억을 떠올리며 시안 성벽의 불빛을 따라 숙소를 향한다.








평점 4.2점 / 5점 일정4 가이드5 이동수단5 숙박4 식사3
정보
작성자 임*경
작성일 2019.08.19

안녕하세요. 혜초트레킹 티벳담당자 입니다.

먼저, 좋은 후기를 작성해주셔서 정말 감사드립니다.

고객님께서 트레킹 여행 즐겁게 다녀오신 것 같아 기쁩니다.

앞으로도 혜초와 좋은 인연 계속 이어나가실 수 있도록 좋은 상품으로 보답하겠습니다.

상품평을 남겨주셔서 감사드리며 작은 성의 표시로 혜초포인트 15,000점 적립해드리겠습니다. ^^

항상 건강하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