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자유여행을 좋아하는 편이지만 이번 혜초의 그랜드써클 트레킹은 환상의 선택이었습니다.
미국 서부의 광활한 국립공원들을 온몸으로 느껴본다는 기대감이 컸었는데 100% 만족이에요.
예상과 달랐던 날씨조차도 지금 생각하면 좋은 추억이네요. 하루 종일 벌벌 떨고, 덤으로 감기까지 안고 왔으면서도 지나온 곳이 그리운 것을 보면 그만큼 좋았다는 얘기겠죠?
그랜드캐년의 그 깊은 협곡을 걸었던 생각을 하면 아직도 그 길 속에 있는 듯한 느낌입니다. 돌아오는 날 라스베가스 공항에서 정의화 전 국회의장을 만났는데, 그 양반도 그랜드써클 사진을 찍으러 왔다고 하더군요. 그랜드캐년 협곡 아래까지 내려가 팬텀랜치에서 하룻밤 자고 올라왔다고 했더니 "어떻게 거기를 예약할 수 있었냐"고 깜짝 놀라더군요. 당신도 30년전부터 거기에서 하룻밤 자고 걷는 게 꿈이었다며. 그만큼 팬텀랜치는 혜초가 내세워도 좋은 상품인 것 같습니다.
그랜드캐년의 장대함, 엔텔롭캐년의 파도물결 무늬 사암과 빛의 향연, 아치스국립공원의 델리케이트 아치의 멋진 모습, 브라이스캐년 이암/역암 사병들의 열병식, 자이언캐년의 또 다른 웅장함~ 혜초의 그랜드써클 트레킹은 강추입니다.
함께 한 10명도 모두 좋았어요. 다른 환경, 다른 습관, 다른 연령대이면서도 배려가 돋보였죠.(한분이 조금 튀었지만) 특히 옥인교 가이드를 칭찬하고 싶네요. 그 남편도. 옥돌부부라고 했나요?
트레킹 안내부터 먹을 것, 간식까지 섬세하게 준비한 것도 돋보였지만 여행에 참여한 사람들이 가려워 하는 부분을 적절히 긁어주고, 기분 상하지 않게 쥐락펴락 하는 것도 좋았어요. 혜초 트레킹은 처음이지만, 그동안 혜초여행사를 통해 여러번 여행을 했는데 최고의 가이드였습니다.
굳이 옥의 티를 잡으라면 혜초의 복장 안내입니다. 여름옷 50%, 봄가을옷 30%, 겨울옷 20% 준비하라고 했는데, 5월이면 봄가을 옷 50%가 맞는 것 같네요. 물론 이상기후라는 점을 고려하지 못했겠지만 그게 가장 안전할 것 같아요. 여름옷은 필요하면 바로 빨아 말려 입을 수 있잖아요. 5월 17일~26일 이번 일정에는 사실 여름옷이 하나도 필요없었어요.
하나 더. 이것은 아쉬운 점이라기보다 앞으로 이렇게 하면 어떨까 하는 건데요. 옥 가이드가 여행 도중 관련 풍경이 나오는 영화들을 맛깔스럽게 소개했는데~ 그 얘기를 들으면서 '오기 전에 한번 더 보고 왔으면 좋았겠다' 하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여행은 첫발 내딛는 게 시작이 아니라 예약부터 시작이잖아요. 혜초에서 그랜드써클 안내할 때 '이런 영화들이 이곳을 배경으로 촬영한 것입니다'라고 안내해주면 어떨까요.
출근하면 사무실 바로 옆 서울시립미술관에서 하는 데이비드 호크니전을 다시 한번 들어가 볼까 합니다. 거기 어마무시하게 큰 그랜드캐년 작품을 전시하고 있거든요. 60여개의 캔버스를 붙인 어마한 대작인데~ 여행 떠나기 전 그것 보면서 엄청 마음 설렜거든요.
현존하는 최고 비싼 작가의 그림, 8월 4일까지 전시한다니 관심있는 분들은 한번 보세요. 그랜드써클 트레킹의 추억을 되새기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