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을 꾸니, 꿈이 이루어진다!

17~18년 전이던가요 처음 유럽 여행을 가서 알프스 자락의 그 초원을 산악 열차 타고 지나가면서 저 초원을, 이 광대한 산악을 한번 내 두 다리로 여유 있게 걸어보고 싶었습니다.
그러나 해외에 나와 그 아깝고도 짧은 시간에 봐야 할 것도 많고 다른 문화권에 대한 궁금증으로 유명한 곳을 다녀야 해서 트레킹은 그저 꿈이겠거니 했었지요.
비로소 돌로미테 이탈리아 북부 알프스 자락을 실컷 걸으며 그 옛날 꿈을 꾸었던 시절을 떠올리며 흐뭇했습니다.

첫날 알페 디 시우시 지역의 트레킹 시작부터 펼쳐진 야생화 군락은 정신을 차릴 수 없게 만들었지요. 이 넓은 초원에 이름 모를 갖가지 야생화 군락은 우리의 발길을 붙잡고 구름 사이로 나타났다가 사라지곤 하는 쉴라산은 우리의 시선을 사로잡아 여행 첫날의 피로감을 잊게 하였습니다.
산행 후 몰리뇽 산장에서 택시를 기다리며 잔디에 우비를 깔고 누워 뒹구는 호사도 누려보았습니다.

셀바 디 발 가르데나 산악마을의 자그마한 숙소는 창을 열면 사쏘롱고와 3,000m 높이의 셀라산군이 우리 앞에 펼쳐져 먼동이 터오면 붉은빛을 발하며 아침을 맞이하게 했습니다.

이틀째 2,500m의 세체다는 그곳을 중심으로 걷는 우리에게 갖가지 풍경을 선사했지요.
이틀의 트레킹 만으로도 알프스를 다 경험한 듯한 만족감에 남은 트레킹 일정에 뭐 더 다른 새로운 것이 있을까? 하는 오만한 마음도 살짝 들었었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큰 오산이었지요. 트레킹 3일 차 뾰쪽뾰쪽한 봉오리들의 모임 치르산군과 어우러진 푸른 초원의 야생화 군락은 또 새로운 풍광으로 우리를 안내했습니다.
4일 차 만년설이 남아있는 마르몰라다 파노라마 트레킹은 멀리 페다이아 호수도 함께 어우러진 풍광을 눈으로, 사진으로 담느라 걸음을 더디게 했고, 토파네 산군의 라가주오이 지역은 중생대 지형이 그대로 보이는 듯 다른 세상으로 우리를 안내했으며 하이라이트는 역시 마지막 높이가 1km에 이르는 세 개의 봉우리 트레치메였습니다.

이렇게 6일간 이어진 돌로미테 트레킹은 각각 하이라이트라는 명성답게 6일 내내 각기 다른 절경을 보이면서 점차 점차 더 절경으로 우리를 안내해 주었습니다.

셀바 디 발 가르데나 산악 마을에서 산책하는 시간도 고즈넉해서 좋았고, 이튼 날 멋진 식당에서의 티본스테이크의 저녁 식사도 참 고급졌습니다. 높은 고지대의 산장에서의 모든 식사도 인상적이었습니다.

코르티나 담페초의 숙소 Pontechiesa Cortina 호텔은 120년이 넘은 전통있는 숙소로 오래된 가구와 식기도 인상적이었고 숙소 바로 옆에 계곡이 계속흐르며 시원함을 자아내며 우리가 5일차 트레킹을 다녀온 토파네 산군이 보여 더욱 의미가 있었습니다. 마지막 날 호텔에서 저녁 식사하며 중심가를 산책하며 마셔 본 spirit 이라는 이탈리아 음료는 특히 기억에 남을 것 같습니다.

오랜 세월 동안 자연유산에 대한 인식을 깊게 해온 유럽인들의 보존과 누림이 바탕이 되어, 탄탄한 인프라가 구축되어 있었고, 온 세계인의 트레킹의 전문지역이 되어 나이 든 어르신이나 아기들 심지어는 반려견들까지 같이 걸으며 곳곳마다 쉼과 걷는 것이 자연스러운 그 문화가 참으로 탐스러웠습니다.
좋은 여행 기획해준 혜초에게 감사를 드리며 또 다른 트레킹 여행에서 멋진 만남이기를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