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미서부 그랜드 서클 2 <그랜드 캐년 림 트레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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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017.11.02 |
작성자 | 서*도 |
상품/지역 | 트레킹미국/캐나다 |
그랜드 캐년, 영국 BBC 선정 죽기 전에 꼭 봐야할 곳 1위이기도 하고, 신이 빚은 최대의 걸작이란 찬사가 결코 무색하지 않은 곳을 21년만에 다시 찾은 감회가 정말 새롭다.
몇 시간, 아니 나의 경우처럼 하루 이상의 시간을 소요하고 그랜드 캐년을 찾지만 방문객의 95% 이상은 림(rim) 주변을 한두 시간 정도만 머물다 떠난다 나 역시 이십일 년 전 방문했을 때 채 두 시간을 넘기지 못하고 라스베가스로 되돌아 갔다 당시 노스 림을 봤는지 사우스 림를 들렀는지조차 기억하지 못하는 마당에 현재 남아있는 사진 속 장소를 기억해내기란 병풍 속의 닭이 홰를 치는 것과 마찬가지일 것 같다
림 트레일(Rim Trail)
림 트레일은 서쪽 허밋레스트에서 동쪽 사우스카이밥 트레일헤드까지 뻗은 22 km의 트레일이다 셔틀버스가 운행되고 있어 체력 및 시간적 여유에 따라 편안히 걸을 수 있다 난 이중 콜브 스튜디오에서 매더 포인트까지의 구간을 걸었다
< 이동 거리 : 4.9 km, 소요 시간 : 2시간 40분 >
< 엘토바호텔(El Tovar Hotel) >
사우스 림(South Rim) 최고의 숙소인 엘토바호텔 앞에 도착한 것이 오후 3시를 조금 넘긴 시각으로 기억한다 브라이트 엔젤 로지를 경유하여 콜브 스튜디오(Kolb Studio)를 둘러본 후 서에서 동쪽 방향으로 이동하며 그랜드 캐년을 관람한다
콜브 스튜디오는 1904년 콜브 형제에 의해 지어져 1976년까지 사진 작업실로서 운영되었는데 현재는 서점 및 인포메이션센터로 운영되고 있다 브라이트 엔젤 트레일의 시작점에 위치해 있다
< The Lookout >
The Lookout (Lookout Studio)는 1914년 메리 콜터에 의해 지어졌는데 브라이트 엔젤 로지, 허밋 레스트, 호피 하우스, 팬텀 랜치, 데저트 뷰 와치 타워 등이 모두 그녀의 작품이다 현재는 기념품점 및 전망대로 이용되고 있다 사진에서처럼 주변 환경과 잘 어우러져 인공구조물과 자연의 조화가 일품으로 평가받는다
실타래에서 풀린 한가닥의 하얀 실가락이 길게 꼬불꼬불 늘어져 있는 것 같기도 하고 갓 걸음마를 시작한 돌배기가 크레파스 몽당조각을 손에 움켜지고 방안 벽지 위에 마구잡이 낙서를 하듯 구불거리는 선을 그려놓았다 내일 걷게될 브라이트엔젤 트레일이기에 한참을 뚫어지게 쳐다보게 된다
저멀리 반대쪽은 노스 림(North Rim)이다 가까워 보여도 직선 거리로 6~30km 떨어져 있고 그 사이 캐년의 깊이는 1,600 m나 된다 따라서 사우스 림에서 노스 림으로 가려면 바로 가지 못하고 둘러가야 하니 5시간이 소요된다
끝간데를 모를 광활함과 웅장함의 대자연, 지구의 나이 40억 년, 그 절반에 해당하는 20억 년 동안 쌓이고 쌓인 시간의 흔적이 고스란히 드러나 있다 장장 446 km 길이로 펼쳐진 대작을 완성하기 위해 콜로라도강은 6백만 년 동안 1.6 km 깊이까지 갈고 깍고 도려내었다
< Rim Trail >
저 1,600 m 아래의 나락은 지옥일까 천국일까
다소 늦은 시각 그랜드 캐년에 도착했기에 어느덧 벌써 석양 무렵이다 낮은 각도의 햇살에 빗긴 협곡이 튀어나오고 들어간 부분들의 음영 대조가 더욱 도드라져 보인다 너무나도 강인한 근육질의 남성과도 닮았다 마지막 남은 힘을 불끈 주면 모든 근육은 터져버리고 말 것이다
붉고 노랗고 희고 푸르고 검은 다양한 색깔의 조합으로 완성된 페인팅, 같은 모습을 하나도 찾을 수 없는 수천 수만 형태의 조각품, 우렁찬 심포니에서 실계곡을 흐르는 물소리까지 갖가지 소리가 어우러진 교향곡에 진배없다,
이십 억 년 동안 켜켜이 쌓인 지질층이 민낯을 드러내도롣 콜로라도강은 육백만 년 동안 조각하기를 한시도 멈추지 않았다고 한다 이십일억 년은 고사하고 육백만 년조차도 얼마나 긴 시간인지 나로서는 가늠할 수 없다
윗사진 가운데 약간 검게 보이는 부분이 콜로라도강이다 상부 글렌 캐년 댐(Glen Canyon Dam)이 만들어지며 물살이 약해졌지만 지금도 매년 콜로라도 강바닥은 1~2 cm씩 낮아지고 있다
윗사진을 확대해보면 콜로라도강과 그 위에 놓인 현수교(브라이트 젤 서스펜션브릿지, 실버브릿지)가 보인다 다리까지 내려가려면 15 km 이상을 걸어야하고 고도차 1,400 m 아래이다 내일 저 다리까지 가보고싶은 마음이 불현듯 일어나지만 이번 여행에서는 시간적 여유가 없음이 안타까울 뿐이다
광산 등 사유지 부분이 많았던 그랜드캐년이 국립공원으로 지정되는데는 루스벨트의 공이 컸다 1903년 그랜드개년을 처음 접한 그가 남긴 말 " 이 장엄과 숭고함을 손상시키는 어떤 일도 해서는 안된다 당신의 자식과 다음 세대를 위해 보존해야만 한다 모든 미국인이 봐야할 위대한 장관이다 " 이런 생각을 가진 그의 노력으로 그랜드 캐년은 1916년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었다
대자연의 경이로움, 광활함, 아름다움, 장엄함을 이야기할 때 과연 그랜드캐년을 빼고 이야기할 수 있을까?
< 야바파이 포인트(Yavapai Point), 2159 m >
야바파이 포인트 그랜드캐년 지질학 박물관 및 전망대이다
< 야바파이포인트 내의 그랜드캐년 축소모형 >
미국인 뿐만이 아니라 전세계인이 봐야할 경관이 석양빛을 받아 한껏 그 자태를 뽐내고 있다 이를 바라보는 이의 넋을 송두리째 빼았아 버리는 냉혹함에 속절없어 당할 뿐이다
2016년 육백만 명이 방문했고 면적은 제주도의 두 배 반이 넘는다
하늘을 향해 뻗은 산의 지존이 히말라야라면 땅속을 향해 거꾸로 솟은 산의 지존은 당연 그랜드캐년일 것이다
황량한 아름다움, 메마르고 거친 야성의 고혹미에 끝이 없다
그랜드 캐년을 찾는 사람의 대부분은 사우스 을 방문하게 된다 노스 림은 사우스 림보다 북쪽이기도 하거니와 고도가 300 m 정도 높아 10월 중순이면 폐쇄되어 이듬해 5월이 되어야 다시 개방된다 반면 사우스 림은 연중 개방되기 때문이다
< 매더 포인트 (Mather Point), 2170 m >
국립공원 정책의 개념을 만들고 기초를 다진 Stephen Mather에서 유래한 이름이다 사우스 림 입구를 들어서면 처음 만나게 되는 곳인데다 방문자센터 옆이어서 사람들이 가장 붐비는 곳 중의 하나이다
콜브스튜디오에서 매더포인트까지 림트레일의 4.9 km를 걸었을 때 사위는 어둠으로 가리워졌다 이십일 년 전의 기록으로 남아있는 사진 속의 장소가 어디인지는 여전히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로 남았다
어둠이 짙어지자 이십억 년 전 그랜드 캐년 생성 이전의 시간으로 되돌아 간 듯 대협곡의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타임머신을 타고 이십억 년의 시간여행을 떠난 것만 같은 착각에 한동안 멍하니 어둠에 갇혀 그대로 서있었다
< 야바파이 식당과 로지 >
그랜드 캐년 내 위치한 숙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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