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
제목 [에베레스트] 베이스캠프 트레킹 16일
작성일 2024.10.20
작성자 박*기
상품/지역
트레킹네팔 히말라야
(EBC12~14일차 하산 & Finale)

EBC와 칼라파타르 등정을 마치고 하산길에 나섰다.
고라셉(5,140m)에서 루크라(2,840m)까지 50여 키로를 3일간의 걸쳐 하루 10시간을 걸어서 걷기를 마무리하였다. 9일간의 강행군으로 몸은 파김치가 되었지만 하산길의 표정들은 밝기만 하였다. EBC등정에 성공하고 고향으로 향하는데 더 이상 기쁠게 있을까!

EBC트레킹은 결코 일반인이 가볍게 접근 할 수 있는 곳은 아니었다.
고도 4000m가 넘는 롯지에는 세면장도 없고 푸세식 공동 화장실만이 있는데, 샤워는 커녕 세안도 물티슈로 가볍게 얼굴만 닦으면서 며칠간을 견뎌야 한다. 태양열을 사용하는 전기도 부족해 늦은 밤에만 어두침침한 불이 들어오고 밧데리 충전도 제한적이고 와이파이도 잘 터지지 않는다.

진정 힘들었던 부분은 고산증세와 힘겨운 산행이었다. 고도 3000m가 넘어서면서부터 두통과 소화불량이 나타났다. 5100m 롯지 앞에서 EBC등정을 앞두고 두통을 극복하지 못한 2명이 헬기로 철수를 한다. EBC등정 후에도 장염과 탈진으로 3명이 역시 헬기로 철수하였으니 상황의 고통이 어떠했는지 충분히 미루어 짐작할 수가 있을 것이다. 일행중 한분은 누우면 두통이 와 하룻밤을 앉아서 세운 분이 있는가 하면 피로가 쌓여 입술이 시커멓게 부르튼 분도 나왔다. 여러명이 감기에 걸렸는데, 끝날때 까지 기침이 계속되었던 분도 있었고 목감기로 말을 못한 분도 나왔다. 나도 하산시점에서 아랫배에 통증이 와 신경이 쓰였는데 역시 고산증세의 일부라 한다. 입술도 말라버려 아무리 립밤을 발라도 회복이 안되어서 고통스러웠다.

천하의 네팔 가이드도 무거운 배낭탓인지 다리에 부상이 생겨서 절뚝거렸다. 그것도 모르고 어두워지기 전에 도착해야 된다고 몰아 세웠었는데 이제서야 후회가 밀려온다. 수줍은 웃음에 오히려 미안해 하는 가이드의 모습이 자꾸만 떠오른다. 왜 다그쳤을까 아린 아픔이 자꾸만 가슴을 파고 든다.

무거운 등짐속의 동물들도 바라보기가 민망하였다. 오다가다 바위에 부딪쳤는지 한쪽 뿔이 없는 소들도 많았고, 위험한 낭떠러지 길에서 주저하는 야크들을 매서운 회초리로 몰아세우는 잔인함에 전율이 돌기도 하였다. 컨디션이 안좋은지 무거운 등짐을 진 말이 굵은 눈물을 펑펑 흘리며 지나가는걸 보노라니 트레킹이 동물을 학대하는 건지 부담감에 회의가 들기도 하였다.

그러나 긴 여정끝에 히말라야의 진면목인 설산의 파노라마를 마주한 순간, 그동안의 불편하고 힘들었던 모든 감정들이 눈 녹듯이 사라져버린다. 자연은 거대하고 화려했다. 다양한 햇빛의 각도와 시시각각 변화하는 구름속에 히말라야 고봉들은 천변만화의 변화를 보여주고 있었다. 살아생전에 처음 접하는 천상의 모습에 말 문이 막히고 넋을 놓았다. 마치 화이트아웃처럼 모든 것이 사라지고 화려한 대자연의 변화만이 영화처럼 전개되고 있는 듯 했다.

내일이면 비행기를 타고 일상의 서울로 돌아간다. 짧은 2주간이었지만 과거로 돌아간 듯한 불편함과 고통도 겪었고, 다시 보기 힘든 대자연의 화려함도 목도했으니 생활의 변화가 없을 수 없을 것이다.

그저 생각없이 누렸던 일상생활의 패턴들이 얼마나 감사하고 축복받은 일 들이었는지.... 매사가 겸손해지고 감사하는 마음속에 살아 갈 것같은 느낌인데, 부디 이런 느낌이 오래 오래 지속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화려한 대자연의 풍광을 바라보면서 풍성해진 감성은 매순간마다 나의 정서 생활을 윤택하고 풍요롭게 해 줄 것이다. 부디 오래 오래 간직 되기를 바라고 또 바란다.

트레킹 기간 중에도 SNS를 통해 지인들에게 자랑을 늘어놓았다. 아마 귀국후에도 만나는 술자리마다 무용담을 폭포수처럼 꺼내 놓으며 자랑을 할 것이다. 부디 적당한 시기에는 어린 마음이 그쳐지기를 바랄뿐이다.

어쩌면 어려운 도전을 성공한 후의 허전함으로 심적 공허감이 생길지도 모른다. 그때는 다시 사진을 꺼내들 것이고, 유튜브에서 EBC를 찾아다니며 허전함을 달래지 않겠나 싶다.
이 모든 것이 시들해질 때쯤이면 또 다시 새로운 코스를 찾겠지....

그러나 지금은 당장 눈앞에서 아른거리는 설산의 파노라마에 뿌듯한 마음뿐이다. 황금색 구름위로 떠있는 하얀 에베레스트 고봉이 영화처럼 다가오는데....
짙푸른 하늘 아래 눈이 부실정도로 빛나는 설산의 파노라마가 머릿속에 각인되어 사라지질 않는다.
순박한 모습에 수줍은 미소가 매력적인 네팔 청년 바도르는 왜 자꾸만 떠오르는지....

두고두고 내마음을 따뜻하게 적셔 줄 잊혀질 수 없는 히말라야의 잔상들이다.


고생하신 진대리 지반에게 감사드린다















평점 4.0점 / 5점 일정5 가이드4 이동수단3 숙박4 식사4
정보
작성자 정*원
작성일 2024.10.21

안녕하세요. 혜초여행 네팔팀입니다. 

 

에베레스트를 다녀온 후기를 상세하게 작성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먼저 너무 고생하셨다는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고산증과 감기와 다른분들의 하산, 아랫배에도 통증이 와서 많이 힘드셨는데 

끝까지 에베레스트 트레킹을 마무리하셔서 정말 정말 대단하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해내셨습니다! 

 

힘드신 와중에도 설산의 파노라마를 마주한 순간 모든 힘들었던 감정들이 눈녹듯이 

사라지셨다는 말씀에 그런 점이 힘들어도 트레킹을 계속 하게 만드는 원동력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리고 힘들어도 선생님처럼 설산의 파노라마와 네팔에서의 기억들이

아른거려서 네팔을 계속 찾지 않나 싶습니다. 

 

다음번의 도전도 혜초와 함께 하길 바라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