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2월 28일부터 3월 11일까지 이어진 네팔 히말라야 안나푸르나 산행은 단순한 여행을 넘어, 거대한 자연 앞에서 인간이 얼마나 겸허해질 수 있는지를 깊이 느끼게 한 특별한 여정이었습니다. 카트만두에서 국내선을 타고 포카라로 이동하던 순간부터 이미 설렘과 긴장은 고요하게 마음을 채웠습니다. 창밖으로 보이던 히말라야의 봉우리들은 마치 구름 위에 떠 있는 거대한 성벽처럼 웅장했고, 우리가 향하게 될 길이 얼마나 위대하고 의미 있는 시간으로 이어질지 자연스레 기대하게 만들었습니다.
8명의 동행자, 그리고 현지 가이드와 함께 한 이번 산행은 서로에게 의지하면서 걸어야 비로소 완성되는 여정이었습니다. 처음 발걸음을 내딛던 순간의 공기는 상쾌했고, 하늘은 연일 맑아 우리의 여정에 따뜻한 행운을 더해주었습니다. 특히 주변 풍경은 걸음을 옮길 때마다 새로운 감탄을 선물해주었습니다. 산 아래 흐르는 강물, 계곡 사이로 흔들리는 기도 깃발, 햇살에 반짝이는 마을 지붕들까지 모든 것이 이국적이면서도 평온했습니다. 자연의 풍경을 벗삼아 하루하루 걸으며, 일상 속에서 잊고 지내던 감정과 생각들도 서서히 제자리로 돌아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이 산행이 주는 감동은 단순히 ‘예쁜 풍경’에 그치지 않았습니다. 해발고도가 올라갈수록 공기는 점점 차가워지고, 정상 부근에 이르자 눈이 쌓인 길이 나타나며 발걸음이 무거워졌습니다. 숨이 가빠지고 체력의 한계가 느껴지는 순간들도 있었지만, 그런 시간을 함께 이겨내며 나아가는 과정이 오히려 이번 여정의 가장 큰 의미였던 것 같습니다. 가끔은 멀리서 들려오는 바람소리와 발 아래 뽀드득거리는 눈의 감촉만이 길의 동반자가 되어주었고, 그 고요함 속에서 스스로와 깊이 대화하는 듯한 순간도 찾아왔습니다. 자연 앞에서는 누구도 강한 척할 수 없고, 그저 있는 그대로의 자신으로 걸어야 한다는 사실을 다시금 깨닫게 되는 시간이었습니다.
동행한 8명의 사람들은 저마다의 이유와 마음을 안고 이 길에 올랐습니다. 누군가는 새로운 도전을 향한 열망으로, 누군가는 일상에서 잠시 벗어나기 위한 쉼을 찾아, 또 누군가는 오래된 꿈을 이루기 위해 이곳에 왔습니다. 하지만 서로 다른 이유로 시작된 여정은 시간이 흐를수록 하나의 결이 되어 서로를 응원하고 격려하며 함께 나아가는 경험으로 이어졌습니다. 힘들어하는 동료를 위해 걸음을 맞춰주고, 식사 자리에서 자연스럽게 흘러나오는 이야기들은 우리를 어느 순간 ‘팀’으로 묶어주었습니다. 산행은 체력만이 아니라 마음의 온기도 함께 필요한 여행이라는 사실을 모두가 실감한 시간이었습니다.
현지 가이드는 이 여정을 더욱 안전하고 의미 있게 만들어주었습니다. 그들이 안내해준 작은 마을의 이야기들, 히말라야를 바라보는 네팔 사람들의 삶과 철학은 단순한 관광 이상의 배움을 선사했습니다. 그들과 함께 걷다 보면, 눈앞의 장엄한 풍경이 단지 자연의 산물이 아니라 오랜 시간 그곳을 지켜온 사람들의 삶과 문화가 더해진 거대한 기록처럼 느껴졌습니다.
정상 부근에 이르러 넓게 펼쳐진 설경은 말 그대로 눈부셨습니다. 높은 봉우리 위로 햇빛이 흩어져 반짝이는 순간, 걸어온 길의 모든 피로가 사라지는 듯한 감정이 밀려왔습니다. 하얀 눈밭 위에 서서 멀리 펼쳐진 산군을 바라보고 있으면, 지금 이 순간 내가 세계의 가장 깊은 숨결 속에 있다는 사실이 실감났습니다. 그 경이로운 풍경 앞에서는 누구도 말이 많아질 수 없었습니다. 조용히 숨을 고르고, 그저 가슴 깊이 풍경을 담아두는 것만으로 충분했습니다.
하산길 역시 맑은 날씨 덕분에 비교적 순조로웠습니다. 하지만 내려오는 길에서는 올라갈 때와는 또 다른 감정이 자리했습니다. 정상에서 느낀 성취감과 벅참, 그리고 그 속에 스며든 고요함이 천천히 가라앉으며 일상의 마음자리로 돌아오는 과정을 겪는 시간이었습니다. 발걸음은 조금씩 가벼워졌지만 마음은 더 단단해진 느낌이 들었습니다.
이번 안나푸르나 산행은 단순히 ‘다녀왔다’고 말할 수 있는 여행이 아니었습니다. 자연의 장엄함과 인간의 나약함, 그리고 그 나약함을 서로의 온기로 극복하는 동행의 가치를 깊이 느끼게 한 의미 있는 경험이었습니다. 히말라야의 하늘 아래에서 우리는 모두 조금씩 달라졌습니다. 더 겸손해지고, 더 단단해지고, 더 따뜻해졌습니다. 이 여정에서 얻은 감동과 깨달음은 앞으로의 삶에서도 큰 힘이 될 것이라 믿습니다.
이번 여행은 아마도 오래도록 마음속에서 다시 꺼내어 보며 삶을 정돈해주는 소중한 기억으로 남을 것입니다.